종업원에게 돈 빌리고… 변제요청하자 해고, 퇴직금 청구에 “9년 전 교통사고 손해배상하라” 외려 소송 제기

김홍열기자 2022-03-12 (토) 03:51 2년전 887  

- 법원 “신의칙상 손해배상 청구할 수 없다”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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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대 해고 근로자가 퇴직금을 요구하자 업체 대표는 9년 전 발생한 교통사고를 꺼내들고 외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이 근로자는 업체 대표에게 개인적으로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려 했으나 오히려 해고를 당했고, 하마터면 퇴직금까지 떼일 뻔했다.

1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법 최형철 판사는 A사가 퇴직근로자 B씨(75)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12년 넘게 운송업체 A사에서 통근버스 기사로 근무하던 B씨는 2021년 2월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았다. B씨는 A사 대표와 금전 문제로 다툼이 있었고, 이로 인해 자신이 해고되었다고 생각했다. B씨는 7년 전인 2014년 회사 대표에게 2천5백만원을 연 12%의 이자로 빌려줬다. 그러나 대표는 이자와 원금을 갚지 않았다. 이에 B씨가 돈을 받아내기 위해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하자, A사 대표는 취하를 요구했고 B씨는 거절했다.

한편 B씨는 대여금 분쟁과는 별도로 퇴직금을 요구했다. B씨의 월급은 그동안 월 1백여만원의 박봉으로, 12년 9개월간 근무했음에도 퇴직금은 894만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해고예고수당 1백여만원을 합하면 모두 1천여만원이었다. 해고예고수당은 사업주가 해고예고를 30일 이전에 하지 않을 경우 지급해야 하는 수당(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이다.

 

하지만 회사대표는 퇴직금 지급마저 거절했다. 대신 B씨가 9년 전 교통법규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냈고, 이에 차량을 폐차하게 됐다며 차량 가액에 해당하는 1천5백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를 물어줘야 할 위기에 처한 B씨는 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측은 A사가 사고 이후 9년이 넘는 기간동안 이를 전혀 문제삼지 않았고,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배상청구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차량의 경우 관련법이 규정하는 차령(車嶺) 제한 규정 11년을 훌쩍 넘어, 사고가 아니더라도 운송업무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임을 밝혀냈다. 이어 “B씨의 과실이 있기는 하지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흔히 발생하는 사고”라며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교통사고로 인한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최형철 판사는 “A사는 적어도 묵시적으로라도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관련 손해배상 청구는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소송을 수행한 공단측 강민호 변호사는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사용자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신의칙에 근거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법리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고령의 의뢰인이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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